작품소개
지난 시절, 서구 추종의 근대화가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우리의 땅과 환경은 너무나 빠르게 그러나 획일적인 모습으로 변모했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의 아름다운 원형들은 무가치하게 상실되어왔다. 시인이자 여행가인 이용한 씨와 실천문학사는 "사라져가는 토종문화를 찾아서―꾼", "사라져가는 토종문화를 찾아서―장이", "사라져가는 오지마을을 찾아서", "이색마을 이색기행"과 같은 여행서 시리즈를 통해 우리 땅 곳곳에 산재한 아름다움을 소개해왔고, 이 책 "솜씨마을 솜씨기행" 역시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기획된 책이다. ‘이 땅에 깃든 내림문화 지킴문화를 찾아서’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이 책은 여느 여행서에서나 볼 수 있는 명승지나 관광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넓고도 웅숭깊은 우리 땅 구석구석에 깃든 다양하고 뿌리깊은 솜씨마을을 다루고 있다.
- 이 땅 면면히 깃들여온 내림문화와 지킴문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
종종 우리는 마음의 ‘쉼’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만 고생만 하다 돌아오기 일쑤다. 놀러가서 먹고 마시고 망가지는 형태의 쾌락적인 ‘여행’은 삶의 새로운 충전이 되기는커녕 되레 몸의 피곤만 불러오기 때문이다. 여행은 삶을 복되게 한다. 그러나 여행과 관광은 엄밀히 말해 다르다. 여행이 풍경과 풍물, 역사와 문화, 사람과 마을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가슴으로 그것을 음미하고 담아오는 것이라면, 관광은 그것의 겉치레를 구경하며 즐기는 것이다. 여행이 정신적인 충전을 위한 것이라면, 관광은 감각적인 충전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땅 작은 마을들 곳곳에 비밀스럽게 살아 숨쉬는 내림문화를 제대로 읽어내는 여행은 어떨까. 수천 년 동안 사람과 사람의 손으로 삶으로 이어져온 솜씨마을을 찾아 떠나보자. ‘솜씨’의 사전적 의미는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재주’ 또는 ‘어떤 일을 해내는 수단’을 뜻한다. 단지 도구와 음식을 만들어내는 재주만이 솜씨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해내고 오랫동안 그 일에 종사해온 것 또한 솜씨인 것이다. 그러므로 솜씨는 우리네 전통 생활문화에 그 맥이 닿아 있고, 우리 것으로 대표되는 토종문화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책에는 손 솜씨를 부려 전통물품을 만들어내는 마을도 있고, 맛내림으로 내려온 옛 먹을거리를 만들어내는 마을도 있으며, 옛날 방식으로 옷을 짓거나 옷감을 짜는 마을을 비롯해 산이나 바다 등에서 무언가를 채취하는 마을도 있다. 이들 마을은 공통적으로 우리네 전통적인 의식주와 관련된 생활문화가 낳은 마을들이다.
- 우리네 전통 생활문화와 토종문화 체험의 길잡이<>
이 책은 바로 그런 풍경과 문화, 전통과 풍물을 간직한 36개 마을을 22개 테마로 엮어 계절에 따라 4부로 나누어 실었다. 고창 바지락마을, 산동 산수유마을, 지리산 고로쇠마을, 섬진강 재첩마을, 안동포마을, 제주 갈옷마을, 담양 죽물마을, 경주 비단마을, 한산 모시마을, 태안 해옥마을, 비금도 천일염마을, 양양 민속 떡마을, 봉화 한과마을, 영동 손곶감마을, 괴산 전통 한지마을, 양양 송이마을, 광천 토굴 새우젓마을, 산청 복조리마을, 무주 인동초 바구니마을, 하동 짚신마을, 횡성 참숯마을, 진부령 황태마을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생활방식이 달라지면서, 이들 마을의 내림문화, 지킴문화는 점차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곳이 상당수에 이르렀다. 사실 유명한 역사유적이나 문화유산에는 친절한 안내문도 많고, 책도 많고, 그것을 찾아가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무형의 이 생활풍속은 지금 만나지 않으면 영영 만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저자가 오랜 세월 발품을 팔아 기록한 이 책이, 그것들을 지켜내고, 지켜가는 데 약간의 보탬이라도 될 수 있기를,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이 땅에 깃든 솜씨문화와 생활문화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는 데 작은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소개
10년은 여행가로 또 10년은 고양이 작가로 살았습니다. 고양이 에세이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예담 펴냄),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예담 펴냄),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북폴리오 펴냄), <흐리고 가끔 고양이> (북폴리오 펴냄), <나쁜 고양이는 없다>(북폴리오 펴냄), <명랑하라 고양이>(북폴리오 펴냄),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북폴리오 펴냄)가 있으며, 영화 <고양이 춤> 제작과 시나리오에 참여했습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