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치료제가 아닌 진통제만 난무하는 거리에서 사랑도 연애산업의 전단지로 유통되고 대책 없는 긍정주의가 치료시기를 늦추게만 했으니 상대를 사랑한 게 아니라 단지 사랑을 사랑했던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또한 [한겨레신문] 탁기형 기자의 감성적 사진들과 전영관 시인의 문장이 공명하는 책이다.
시인인 전영관은 상처를 정면으로 응시하라 말한다. 힐링프로그램이 감기약처럼 팔려나가는 세태를 걱정한다. 누군가의 덕담 몇 마디로, 안온한 문장으로 치유될 거라면 그건 상처라고 할 수 없다는 저자가 동아리 선배처럼 친근하다.
숨이 끊어진 이후에 낸 상처는 어떤 약으로도 치유되지 않는다. 결국 상처란 치료제의 효능이라기보다 자신의 내부로부터 스미어 나오는 콜라겐의 힘으로 메워지는 자리다. 정신과 육체가 살아 있으니 상처가 나는 것이다. 생생함의 증거고 달라질 수 있다는 예감이다. 힐링프로그램을 찾을 시간이 있다면 고요히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라는 저자의 완곡함에 신뢰가 간다.
아울러 이 책은 시와 산문의 접경 지역을 저공비행하는 문장들의 격납고다. 문학을 꿈꾸는 독자라면 가까이 두고 수시로 읽어야 할 백과사전이다.
저자소개
운명은 그에게도 선택지를 내밀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했던 일 사이에서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에 진력했고 노부모께 성실한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드렸다. 꿈은 시간에 따라 왜곡되거나 풍화를 거듭하게 마련인데 사춘기부터 발현한 그의 꿈은 외려 중첩되고 담금질을 반복하며 다마스커스 검(Damascus blade)이 되었다. 2007년에 토지문학상을 받았고 2008년에는 [진주신문] 가을문예에 당선되었다. 2010년에는 서울문화 재단으로부터 창작지원금을 받았고, 2011년 계간지 [작가세계] 신인상을 통해 결국 시인이 되었다. 시집 [바람의 전입신고] [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과과 산문집 [이별과 이별하기] [슬퍼할 권리]를 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여전 진행형이다. 청양 칠갑산 아래서 태어났으나 서울에서 성장했으니, 배냇정서는 농촌이고 감각은 도시적이다.
목차
공고
1. 사랑에 대한 부재증명
폭설 다음 날
저 멀리 등대가 보일 때
노을이 필 때마다 전화를
영원과 찰나와 동안
어두운 건 당신
거리의 우산들
착각
돌아오지 않았어야 했다
고백
소용없는 일
불안한 사랑
잠자리의 잠자리
Turn Over
(……)
2. 세상의 무늬들
타임머신
차가워서 따듯한
지금 창밖엔
공항과 공상
한 번이라도 성공하고 싶었다
산타에게 미리 보내는 편지
추위 때문만은 아니라서
알고도 모르는 것
단풍상점 경영학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배[船]다
풍경의 잔혹사
겨울을 위한 에스키스esquisse
75, B-CUP에 대한 감각
사이[間] - 시월을 보내며
樹에서 木까지
날마다 마지막
마음과 반대방향으로 가는
아껴 써도 모자라는 봄날
소리가 남긴 무늬들
결심
편도만 고집하는 것들
접?
(……)
3. 맑은 거울을 찾아서
화살이 아닌 화살표라서 다행이지만
기다리는데 오지 않으면 우리가
버리고 얻는 것, 남겨서 이루는 것
그늘도 폭풍에 지워지던 날
반복되는 일
부처는 잠간이면 된다 하지만
가만두면 제자리를 찾는 것들
설국에 계신 아버지
경계에서 흔들리기
19금으로 달리다
높이에 대하여
미필적고의
부러지더라도 기울지는 않는 천칭이 될까
불행할 수 있는 자유
흔해도 내게는 한 번이니까
오랜만에 한 번
저 혼자 가는 시간
(……)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