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유럽의 이방인 스페인, 그 예측할 수 없는 매력의 근원을 말해주는 책유럽의 서남단 이베리아반도에 위치한 스페인. 그나마 연결된 대륙과의 통로는 피레네 산맥이 가로막고 서있다. 세계 구석구석 스페인의 해가 질 리 없을 정도로 뻗어나갔던 영광의 역사를 뒤로 한 채 아무런 실속 없이 몰락한 스페인을 일컬어 “유럽의 엉덩이쯤에 압정으로 대강 덧붙여놓은 땅”이라 언급하기도 하지만, 곳곳에 숨어 있는 저력을 느끼게 만드는 이 대지는 거창한 것만이 아름다움이 아님을 알게 한다. 본성이 이성보다 앞서고, 합리보다는 초합리적이며, 지성보다는 감성으로 향하는 스페인은 유럽이면서 동시에 유럽이 아니다. 가톨릭을 지켜내기 위해 종교재판소를 만들어 수많은 유대인과 아랍 인을 이단자라는 명목으로 박해하며 가톨릭의 정통성을 유지했으면서도, 깊은 사유와 형식을 즐기지 않는 그들의 종교를 이해하려면 교권주의와 사제주의를 분리해야만 가능하다.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열등의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오만하고 예측 불허이지만, 때때로 모든 것을 다 내줄 것처럼 친절할 뿐만 아니라 시적 낭만에 더없이 정답기만 하다. 피카소, 달리, 가우디, 고야, 미로와 같은 거장을 낳았으면서도 제자를 키워 주의를 형성하거나 이론서로 엮어 학파를 만들지도 않았다. 저절로 큰 한 명의 천재는 있어도 백 명의 우등생을 길러내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이 책의 저자인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의 안영옥 교수는 30년이 넘도록 스페인의 문학과 예술을 연구하고 스페인 곳곳을 탐방해왔지만, 지금도 이처럼 예측 불허인 스페인에 대해서는 딱 부러지게 정의내리기를 망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낱낱이 밝혀지는 자유로운 영혼과의 만남은 애매모호하게 숨어 있던 정체성의 베일을 벗긴다. 스페인을 만나는 세 갈래 길, 세 가지 키워드이 책은 스페인의 역사를 대변하는 세 갈래의 길로부터 시작된다. ‘순례자의 길’ ‘은의 길’ ‘돈키호테의 길’이 그것이다. 이 세 갈래의 길은 스페인의 정신인 가톨릭과 유럽 교류의 역사, 자연 환경이 빗어낸 스페인 사람들의 뿌리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지금도 스페인은 역사와 하나를 이룬 듯 오늘을 살아간다. 13세기에 지어진 중세 성채 안에 집을 짓고, 16세기에 지어진 집에서 살고, 18세기에 만들어진 광장에서 차를 마신다. 모든 게 역사물이니 보호한답시고 경계선을 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편리한 현대 삶에 맞추기 위해 이들이 품고 있는 역사를 유린할 수도 없다. 해결책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공존의 지혜와 여유, 그리고 이와 함께 하는 정열의 스페인을 이어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 한마디로 단정할 수 없었던 복잡다단한 스페인의 퍼즐을 맞춰줄 키워드는 ‘사실주의’ ‘개인주의’ ‘명예관’이다. 이에 주목하여 스페인을 읽어 내려가 보자. 영광의 역사를 뒤로 한 채 17세기 중반부터 20세기 말까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그들의 눈치만 살피는 주변부로 밀려났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내가 최고였던 스페인 사람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만나게 될 것이다. 사실주의 -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스페인에 대해 더 근원적으로 파고들어 제대로 알고자 하는 학자들은 스페인과 모든 면에서 정반대인 독일과 비교하곤 한다. 그 중 한 사람인 스페인의 20세기 지성 오르테가는 스페인 영혼의 맨 밑바닥을 ‘지중해주의’라고 명명한 바 있다. 그가 말한 ‘지중해주의’는 극단적인 물질주의를 의미한다. 스페인 사람들은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종교에서조차 구체적으로 보아야 하고 몸 전체로 느껴야 제대로 믿는다고 단언하는데, 성주간 행사 때 마을마다 벌어지는 행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스페인의 사상가 꼬시오와 알깐따라는 같은 맥락에서 스페인 예술을 ‘사실주의’라고 불렀다. 스페인 사람들은 사물의 있는 그대로를 선호하고, 직접 보고 만지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여 상상력이 없는 사람들이라고도 하였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즐기는 스페인의 모습은 생활 곳곳에 배어있다. 어디든 관광지는 돈을 벌기 위한 인공의 냄새가 강한 법인데 스페인은 자연 그대
저자소개
벨라스케스의 ‘세비야의 물장수’ 그림에 매혹되어 미대를 희망했으나 운명은 그녀를 스페인 어문학으로 이끌었다. 한국외국어 대학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교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고급문화 과정을 수료했다. 말라가 대학교에서 고급 문학 과정도 이수했다. 이후 스페인 정부 초청교수와 오르테가 이 가세트 재단 초청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학시절 미술 대신 카메라에 심취했고, 이후 연구년마다 스페인에 머물며 영화를 공부했다. 교수 초창기 시절 고전 작품에 대한 우리나라 출판계의 외면으로 스페인 정부 지원금으로 직접 출판사를 운영하여 고전 번역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아직도 고전작품에 대한 미련이 강하여 우리나라 문단에 소개하는 작품들이 주로 고전과 관련된 것들이다. [엘 시드의 노래][좋은 사랑의 이야기][라 셀레스티나][돈 후안][인생은 꿈입니다][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기발한 기사 돈키호테(근간)][스페인 중세극의 이론과 실제(근간)]등과 로르카 극에 대한 관심으로 그의 3대 비극을 번역 소개했으며, 스페인 문화 관련 책을 시리즈로 내고 있다. 전공했던 오르테가의 매력은 [예술의 비인간화와 그밖의 미학 수필]번역서로 보여줬다.
목차
서문
1부. 과거를 품은 채 현재를 살아가는 풍광
-순례자의 길, 성자들의 고향과 무덤을 찾아서
-은의 길, 고대 로마와 중세 태고의 아름다움을 만나러 가는 길
-돈키호테의 여정, 정의와 자유를 찾아 떠나는 길
-유럽에서 동양의 신비를 만나다
-스페인의 수도이자 문화 도시, 마드리드
-스페인 자연공원
-스페인 음식 순례와 대표적 먹을거리
(생햄/ 와인/ 올리브)
2부 신 다음으로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삶을 지배하는 태양
-신 다음으로 위대한 자, 내가 왕이로소이다
-일을 하면 안돼요, 이달고
-멀고 아득한 숨겨진 대지, 스페인
-유성처럼 사라진 대제국의 영광
(환멸의 세기/ 부르봉왕가의 18세기/ 자유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의 갈등/ 스페인 내전/ 또 다시 유럽의 중심으로)
-우리는 다양성이 자랑이랍니다
-우리는 스페인이 아니랍니다 : 바스크 자치주의
-국가 속의 또 하나의 국가 : 까딸루냐
-이질적인 사회·문화적 스펙트럼 : 갈리시아
-오늘의 스페인은 내가 이루었다 : 아스뚜리아스
-스페인 명예의 심장 : 가스띠야
-까스띠야를 닮은 중남미
-두엔데의 땅 : 안달루시아
-성(城)과 사자의 사슬과 두 색 띠
3부 100명의 우등생은 낳지 못하지만 1명의 천재를 낳는 나라
-식지 않는 열정과 광적인 예술혼의 화가들
(신비주의자 엘 그레꼬/ 최고의 화가 벨라스케스/ 근대 회화의 창시자, 고야/ 신이 될 수 있었던 화가 피카소/ 아이들의 우상 조안 미로/ 회화의 구원자 살바도르 달리)
-스페인 영화
(영원한 이단자 루이스 브뉴엘/ 스페인 대지의 감독, 뻬드로 알모도바르)
-스페인 음악
(스페인 오페라, 사르수엘라/ 신들린 노래와 춤, 플라멩고/ 스페인 민족의 악기, 기타)
-딸라베라 데 라 레이나 도자기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건축, 가우디
4부 여유와 배려 속에 누리는 삶
-서민 삶의 중심, 바
-까페떼리아와 떼르뚤리아
-광장 문화와 축제
-돈도 같이 나누고 싶어요, 끼니엘라
-또 다른 삶의 여유, 축구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맡깁니다
-께 꾸아빠! 께 린다!(예쁘군요! 멋지십니다!)
-개똥 천국 마드리드
-스페인어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약자들의 천국
-에사데(ESADE) 비즈니스 스쿨의 교육관
-응가하는 사람들
-느림의 미학
-당신이 잠든 사이, 시에스따 문화
-역사로 먹고사는 가게들
-기적의 베이비시터, 마리아 밀라그로시
5부. 스페인의 그림자
-스페인 손톱깎이는 손톱을 못 잘라요
-실업자의 대표주자 예비 변호사, 빠꼬
-정만 많은 판사, 호세
-관료주의의 상징, 공항 세관 경찰
-내 담요 돌려줘, 스페인 집시
-차 안으로 덮친 루마니아 청년
-과거의 낙인